책과의 행복한 만남이 있는 곳 진천군립도서관입니다.
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‘나’, 없지만 있는 ‘나’를 찾아주세요! 출생신고는 개인의 몫인가,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일까? 출생의 기록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는 욕구와 권리에 대한 기록이다. 이 책에 나온 이들은 출생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아이들이다.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아이, 이름이나 옛 전화번호는 남겨져 있지만 더는 그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도 있다. 부모가 구금시설에 갇혔거나 한국 국적이 없어서,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출생신고를 못 했거나 하지 않은 아이도 있다. 그나마 이 책에 기록된 이들은 출생신고는 되지 않았을지언정 존재는 확인된 아이들이다. 이런 형편이니 “지금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음”이 확인조차 안 된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? 2021년 12월에야 발견된 제주 세 자매처럼 출생신고를 못 한 채 부모와 함께 살거나 혹은 베이비박스나 미신고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?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? 생일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21세기에 가능한 일일까? 왜 적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할까? 이유는 다양하겠지만, 가장 큰 문제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너무도 미약하게 규정해놓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있다. 이 책은 출생등록의 중요성과 필요성, 그리고 당위성을 알리는 긴긴 시간의 기록이다. 출생등록에 잇따르는 아픔과 슬픔의 기록인 동시에 시설에 버려지는 이름 없는 존재들에 대한 기록이며, 베이비박스의 존재에 던지는 다양한 층위의 질문이기도 하다.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출생등록 될 권리를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,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변화를 만들고자 힘을 모았다고 말한다. 뉴스에 나오는 일회적이며 예외적인 기삿거리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어디에서든 아동의 삶에 크나큰 충격으로 나타날 위기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다. 또 한편으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정보를 국가기관에 통보하면, 국가가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동의 출생신고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에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서, 그리고 지극히 작은 한 사람에게 행하는 상식과 선행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사회라는 아동선언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. 모든 아동이 마땅히 존중받으며 자라는 사회를 만드는 데 ‘보편적출생등록’이 당당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, 이 책이 보편적출생등록이라는 제도가 개선되는 데에, 그리고 아동권리 실현에 연대하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데 좋은 씨앗이 되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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